맨시티의 시대, 에티하드에서 피어난 축구의 새로운 문법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음속 한 구석에 “그 팀”이 있다. 경기 결과를 매일 아침 확인하게 되는 팀, 승리하면 하루가 환해지고 패배하면 괜히 일이 손에 안 잡히는 팀. 최근 10년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새로운 “그 팀”으로 자리 잡은 이름이 있다면, 주저 없이 맨체스터 시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색 유니폼,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환호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는 한 남자. 펩 과르디올라다.

2016년 여름,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로 날아왔을 때만 해도 그의 도착은 반쯤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성공이 있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는 사실 바이에른의 독주가 당연시되는 리그였고, 어떤 이들은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에서는 메시와 레반도프스키가 있었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과연?”이라는 의문을 던졌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럽에서 가장 거친 리그, 체력과 피지컬이 기술을 압도하는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던 때였다. 과르디올라의 섬세한 점유율 축구가 이 “몸싸움의 리그”에서 통할까?

첫 시즌은 사실 예상 외의 결과였다.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과르디올라 체제 첫 무관을 기록했다. 이때 많은 이들이 “역시 프리미어리그는 다르다”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그 무관의 시즌을 보내면서 조용히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선수 영입, 전술 조정, 팀 체질 개선. 그리고 이듬해 2017-18 시즌,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로 100점을 넘기는 “센추리언” 시즌을 만들어냈다. 38경기 32승, 득점 106골. 축구가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었던 한 해였다.

그 시즌 맨시티의 경기를 보는 것은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는 풀백, 풀백이 비운 자리를 메우는 수비형 미드필더, 앞에서는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의 기가 막힌 공간 침투. 공을 뺏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뺏길 필요 자체를 만들지 않는 축구. 상대방이 공에 접근할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경기 지배력. 그때부터였다. “맨시티의 축구는 다르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한 것은.

하지만 한 가지 늘 마음 한켠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에서 두 차례 들어올렸던 빅이어를, 맨시티에서는 좀처럼 손에 쥐지 못했다. 2019년 토트넘과의 8강 라스트 미닛 VAR 판정에 무너지던 밤, 2020년 리옹에게 어이없게 패했던 여름, 2021년 토마스 투헬의 첼시에게 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던 장면, 2022년 레알 마드리드와의 4강 거짓말 같은 역전패. 매번 “올해는 다르다”를 외치던 맨시티 팬들에게, 챔피언스리그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2022-23 시즌. 엘링 홀란드라는 괴물을 영입한 그 시즌, 맨시티는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트레블을 달성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FA컵 우승, 그리고 마침내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스탄불에서 인터밀란을 1-0으로 꺾고 빅이어를 들어 올리던 그 밤을 기억하는 맨시티 팬들은 아직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한다. 몇 번이고 좌절했던 그 컵을, 드디어, 드디어 들어 올린 것이다. 로드리의 결승 골, 에데르송의 선방, 그리고 휘슬이 울리던 순간 과르디올라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던 그 장면. 축구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진한 감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밤이었다.

맨시티의 성공이 단지 자본의 힘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 비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부다비 그룹의 인수 이후 맨시티가 막대한 투자를 해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만으로 축구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른 팀들의 사례가 수없이 증명해왔다. 문제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맨시티가 특별한 이유는, 그 돈으로 단순히 스타 플레이어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축구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티에리 앙리가 맨시티의 축구를 두고 “이건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라 기계”라고 표현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홀란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노르웨이에서 온 이 거구의 스트라이커가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부터 연달아 골을 뽑아내기 시작했을 때, 축구 팬들은 경악했다.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전통적으로 순수 스트라이커가 빛나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세르히오 아궤로 시절에도 많은 “가짜 9번(false 9)” 실험이 있었다. 그런데 홀란드가 들어오자 모든 퍼즐이 맞아 떨어졌다. 데 브라이너의 크로스, 베르나르두 실바의 패스, 그리고 그것을 받아 넣는 홀란드. 그의 첫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기록(36골)은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축구는 이런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만들어내는 스포츠라는 걸, 홀란드와 과르디올라의 조합이 다시 한번 보여줬다.

지금 맨시티를 지지하는 팬들에게 이 팀은 단순한 클럽이 아니다. 한 시대의 축구가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목격하는 당사자라는 자부심이 있다. 훗날 축구 역사책이 쓰여질 때, 2010년대 중후반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의 한 챕터는 분명 맨시티와 과르디올라의 이름으로 채워질 것이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지는 “Blue Moon”의 선율, 스톤스·루벤 디아스·로드리·데 브라이너·포든·홀란드로 이어지는 익숙한 이름들, 그리고 터치라인에서 매 경기 머리를 쥐어뜯듯 지시를 내리는 과르디올라의 모습. 이 모든 것이 한 시대의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

팬으로서 가장 좋은 순간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날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트로피를 향해 가는 과정, 매주 주말 경기 시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일상의 리듬,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예상 밖의 순간들. 맨시티 팬들에게 지난 10년은 축구가 주는 그 모든 것을 가장 풍부하게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에티하드의 푸른 물결이 세계 축구의 중심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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